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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인스턴트루프)

Installation view @Instant Roof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했다. ‘정글라디오’라는 다음 카페가 있었는데, 여기서 사람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올리거나 음반 정보를 주고 받았다. 당시에 나는 컴퓨터 스피커에 이어폰을 꽂고 MR을 재생한 뒤, mp3플레이어로 녹음을 했다. 그 다음 mp3플레이어에 녹음된 파일을 컴퓨터로 옮겨 간단한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MR과 아카펠라 두 파일을 서로 싱크가 맞도록 배치 한 뒤 통합본으로 추출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었다. 

 

매체를 둘러싼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음악을 간편하게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더이상 여러 음성 파일을 따로따로 만들어 짜깁기 할 필요도 없고, 창작물을 유통할 폐쇄적인 커뮤니티도 필요없다. 누구나 사운드클라우드나 유튜브 등을 통해 음악을 공개하고 판매 할 수 있고,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여러 소셜 미디어에서 동영상 공유 기능을 통해 쉽게 발표 할 수 도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문자와 텍스트는 용량으로만 따지면 가장 가벼운 의사소통 수단이 된다. PC통신 시절엔 이미지 하나를 다운받는 것도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그리고 서버의 크기도 작았기 때문에 업로드가 가능한 파일의 크기도 제한되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미지가 필요할 때면 키보드로 텍스트와 특수문자를 조합해서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아스키 아트ascii art의 탄생 배경이다. 당시에는 영상 또한 장면을 캡쳐해서 이미지로 공유했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텍스트가 첨가되었다. 예를들어 다큐멘터리 인터뷰 장면에 대화 내용을 자막으로 덧붙여 이미지 파일로 인터뷰 요약본을 만든다던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장면들을 캡쳐해 적당한 애드립과 함께 ‘짤방’으로 만들어 이모티콘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이후 서버의 크기가 커지고 전송 속도가 빨라졌지만 이 관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영상들은 소리가 재생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소리를 듣기 위해서 영상을 클릭해야 하는데, 그런 행위를 유도하지 않고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제작자들은 자막을 덧입힌다. 영상과 텍스트의 조합이 짤방과 같은 이미지로 재 가공되어 더 많은 홍보가 이뤄지길 기대하는 제작자들도 있다.

나 역시 <The Pathetic Rhymes>에 수록된 6곡의 영상이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다양하게 변환되어 전파되길 희망한다. 

01. <88>, 2017.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3분 26초

서른살이 된 지금 스무살 때의 나를 생각하며 가사를 적었다. 나만의 힘으로 뭔가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결심하고 스무살의 몇 달을 돈을 모으며 보냈었다. 하지만 6월쯤 일을 그만두고 그 돈으로 재수학원을 등록하게 된다. ‘허슬(hustle)’하고 ‘힙’한 삶을 동경했지만 그것은 신기루 같은 것들이고 현실의 조건은 ‘현실적’인 삶과 타협하기가 너무 쉽도록 구성되어 있다. 결국엔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지만 그 안도감은 꼰대짓이라는 열등감의 형태로 분출된다.

02. <Lying>, 2017.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2분 25초

몇 년 전 일했던 한 민중미술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경험한 일들을 토대로 만든 노래이다. 권력자를 비판하는 스탠스를 취하며 입지를 갖춘 작가의 대형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어시스턴트 중 한 명으로서 그 상황들을 관찰하고 개입할 기회가 있었다. 작품에서 다루는 내용과 현실에서 행동하는 태도 간의 모순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대화 내용은 픽션이다.

03. <Respiration>, 2017.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2분 45초

내가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만드는 상황 중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들을 나열한 노래이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스트레스들의 반복은 종종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동시에 이렇게 사는 것에 대한 회의를 하게도 만든다. 내가 힘든 것들로 남들을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고, 그것이 일종의 슬랩스틱이 되어 같이 웃고 마는 상황으로 넘어갔으면 하지만 별로 유쾌하진 않다.

04. <The Pathetic Rhymes>, 2017.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2분 55초

전체 트랙을 관통하는 주제를 담으려고 했다. 매순간 만나는 한계에 좌절되는 것과 그것으로부터 도망쳐도 벗어나기 힘든 상황들, 그리고 그것에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05. <Blues>, 2017.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2분 36초

연애와 결혼 생활을 하며 느꼈던 우울감에 대한 곡이다. 넬Nell의 ‘한계’라는 곡을 들으며 구상했다. 서로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 양보하는 것, 배려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06. <Break>, 2017.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3분 34초

커티스 블로우Kurtis Blow의 The Breaks라는 곡에서 제목을 따왔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커티스 블로우는 breaks를 거슬리는 것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한 듯하다. 내가 미술씬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또다른 내가 훈계를 하는 듯한 컨셉으로 제작했다.

라이브 퍼포먼스 @인스턴트루프, 인스턴트루프 페이스북

전시 리뷰

홍태림 <안광휘 개인전 ‘The Pathetic Rhymes’ 읽기> 2017. 크리틱-칼 (http://www.critic-al.org/2017/08/21/the-pathetic-rhymes/)

김이현 <디지털 환겨에서 살아가기> 2017. 와우산타이핑클럽

(http://t-504.tistory.com/16)

라이브 퍼포먼스 @업체eobchae 개인전  
오프닝 콘서트 - "(故) 이 괴롬의 친구덜", 공간413

 

영상 기록 by 오천석 of 업체eob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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